1. 이그나츠, 지난번엔 미안했어. 힘이 되어 주지 못해서.
  2. 아, 아뇨. 당치도 않아요! 무척 참고가 되었는걸요……
  3. 무엇보다 구스타브씨의 이야기를 듣고 확신이 생겼거든요. 저에게……
  4. 「나에게 기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야?
  5. ……네. 아하하, 아네트씨는 뭐든 꿰뚫어 보시네요……
  6. 그렇구나…… 내 이야기가 오해를 부른 것 같으니 제대로 풀지 않으면 안 되겠네.
  7. 어, 오해요?
  8. 응. 아버지는 확실히 훌륭한 기사이시고 여러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지만……
  9. 모든 기사가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면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거라 생각해.
  10. 그래 봬도 자기 일은 대충 하시는 데다가 고지식한 면도 있고 걱정도 많거든……
  11. 하지만, 기사는 싸우는 게 일이니 무예에 뛰어난 게 제일이지 않을까요……?
  12. 음~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아버지의 부하만 봐도 다양한 사람이 있거든.
  13. 성실하지만 무예 쪽은 영 아닌 데다가 말도 못 타는 기사도 있고 하니까.
  14. 하지만 아버지는 그 사람을 다른 부하처럼 똑같이 신뢰하고 의지하고 계셔.
  15. 네에? 왜 그러시는 거죠? 아무것도 못 하는데 신뢰하시는 거예요?
  16. 그 기사는 말이지, 싸움 실력은 부족해도 요리나 식재료에 대한 지식이 뛰어나거든.
  17. 행군 도중에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적습을 받아 식량이 거의 다 떨어졌을 때……
  18. 그 사람의 지시로 숲에서 모아 온 식재료를 써서 보존 식품을 잔뜩 만들어 버텼다더라구.
  19. 그랬구나…… 그때 구스타브씨의 신뢰를 얻게 된 거군요.
  20. 사람마다 잘하고 못하는 게 있는 건 당연하니 그걸 파악하고 잘 지시하는 게 상관의 일이다.
  21. ……라고,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었거든. 이그나츠도 비관할 건 없다고 생각해.
  22. 전선에서 무기를 휘두르는 것만이 기사의 일은 아니니까.
  23. 그 말은 저도 기사로서 어떤 형태로든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긴가요?
  24. 응. 그림을 잘 그린다든지, 미술품에 대한 지식이 있다든지, 주변을 잘 관찰한다든지……
  25. 장점은 많이 있으니까, 어울리지 않는다고 포기해 버리긴 아깝다고 생각해.
  26. 그렇구나…… 그렇겠네요. 이 부대에도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으니……
  27. 아네트씨. 저…… 조금만 더 기사로서 열심히 해 볼게요.
  28. 정말? 그렇게 말해 주다니 다행이다. 뭔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거든.
  29. ……왜, 나도 긴장을 늦추면 바로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르곤 하잖아?
  30. 다른 사람의 힘이 되기는커녕 발목을 붙잡기만 한다고 고민한 적도 있었어.
  31. 아뇨, 그럴 리가요…… 아네트씨는 항상 우리를 도와주고 계시잖아요!
  32. 지금도 아네트씨가 위로해 주지 않으셨으면 전 기사를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33. 아하하, 그렇게 말해 주니 기쁘다. 이그나츠에게 도움이 돼서 다행이야.
  34. 서로 고민할 때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같이 힘내 보자!
  35. ……네! 아네트씨와 함께라면 힘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