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그나츠, 지난번엔 미안했어.
힘이 되어 주지 못해서.
- 아, 아뇨. 당치도 않아요!
무척 참고가 되었는걸요……
- 무엇보다 구스타브씨의 이야기를 듣고
확신이 생겼거든요. 저에게……
- 「나에게 기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야?
- ……네.
아하하, 아네트씨는 뭐든 꿰뚫어 보시네요……
- 그렇구나…… 내 이야기가 오해를 부른 것 같으니
제대로 풀지 않으면 안 되겠네.
- 어, 오해요?
- 응. 아버지는 확실히 훌륭한 기사이시고
여러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지만……
- 모든 기사가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면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거라 생각해.
- 그래 봬도 자기 일은 대충 하시는 데다가
고지식한 면도 있고 걱정도 많거든……
- 하지만, 기사는 싸우는 게 일이니
무예에 뛰어난 게 제일이지 않을까요……?
- 음~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아버지의 부하만 봐도 다양한 사람이 있거든.
- 성실하지만 무예 쪽은 영 아닌 데다가
말도 못 타는 기사도 있고 하니까.
- 하지만 아버지는 그 사람을 다른 부하처럼
똑같이 신뢰하고 의지하고 계셔.
- 네에? 왜 그러시는 거죠?
아무것도 못 하는데 신뢰하시는 거예요?
- 그 기사는 말이지, 싸움 실력은 부족해도
요리나 식재료에 대한 지식이 뛰어나거든.
- 행군 도중에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적습을 받아 식량이 거의 다 떨어졌을 때……
- 그 사람의 지시로 숲에서 모아 온 식재료를 써서
보존 식품을 잔뜩 만들어 버텼다더라구.
- 그랬구나……
그때 구스타브씨의 신뢰를 얻게 된 거군요.
- 사람마다 잘하고 못하는 게 있는 건 당연하니
그걸 파악하고 잘 지시하는 게 상관의 일이다.
- ……라고,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었거든.
이그나츠도 비관할 건 없다고 생각해.
- 전선에서 무기를 휘두르는 것만이
기사의 일은 아니니까.
- 그 말은 저도 기사로서 어떤 형태로든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긴가요?
- 응. 그림을 잘 그린다든지, 미술품에 대한
지식이 있다든지, 주변을 잘 관찰한다든지……
- 장점은 많이 있으니까, 어울리지 않는다고
포기해 버리긴 아깝다고 생각해.
- 그렇구나…… 그렇겠네요.
이 부대에도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으니……
- 아네트씨. 저……
조금만 더 기사로서 열심히 해 볼게요.
- 정말? 그렇게 말해 주다니 다행이다.
뭔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거든.
- ……왜, 나도 긴장을 늦추면 바로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르곤 하잖아?
- 다른 사람의 힘이 되기는커녕
발목을 붙잡기만 한다고 고민한 적도 있었어.
- 아뇨, 그럴 리가요…… 아네트씨는 항상
우리를 도와주고 계시잖아요!
- 지금도 아네트씨가 위로해 주지 않으셨으면
전 기사를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 아하하, 그렇게 말해 주니 기쁘다.
이그나츠에게 도움이 돼서 다행이야.
- 서로 고민할 때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같이 힘내 보자!
- ……네! 아네트씨와 함께라면
힘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