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누엘라씨, 오늘도 낯빛이 안 좋네.
- 무례하네…… 어제 좀 많이 마셔서 그래.
그보다, 너도 봤지?
- 그래, 봤어. 나도 그 숙소에 있었으니까.
아주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깜짝 놀랐어.
- 그렇지? 근데, 목소리만?
- 아니,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모습도
뭐랄까…… 가련해 보였어, 정말.
- 항상 그렇게 마을 사람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고 있는 거야?
- 설마. 그렇게 싼 사람은 아니거든, 나도?
- 어제는 너도 있었으니까 특별히 해 준 거야.
전에 약속했잖아. 기억해?
- 응, 입막음의 대가지.
-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
내 잠꼬대 이야기라든지……
- 자신 있게 부정한다
- 기억이 애매해서 부정할 수 없다
- 아무한테도 말 안 했지.
남자에게 버림받은 꿈 이야기 같은 건.
- 쉬잇! 정말, 조용히 좀 해.
- 으음, 글쎄……
아마 이야기 안 한 거 같긴 한데……
- 잠깐, 진짜지? 누구한테라도
이야기했으면 가만 안 둘 거야, 내가.
- 뭐, 근데 숙취로 비틀거리는
마누엘라씨도 난 싫지 않은데.
- 어머, 그래?
- 나른한 분위기가 어른스러워 보여서.
게다가, 당신도 다양한 면이 있잖아?
- 의사로서 일하는 모습도 있고
전장에서 싸우는 모습도 있고……
- 난 어떤 모습이든 꽤 좋던데.
- 좋다고?
- 좋다기보단, 보고 있으면 질리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가희 모습도 좀 보고 나니 더 그렇더라.
-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
하나의 인격을 형성한다고 생각하는데.
- 마누엘라씨는 그게 현저하다고나 할까……
어떤 게 진짜 모습인가? 싶어져.
- 그야 당연히 내 진짜 모습은
눈부신 빛을 받으며 무대에 서는 가희……
- ……농담이야.
그렇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아, 나도.
- 그렇게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면서
자신을 위로해야 하는 나이인 거야, 알겠어?
- 흐음…… 그럴 필요가 있을까?
- 지금의 마누엘라씨가 현역의 가희 시절 때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 어머, [HERO_MF]……
그거, 혹시 날 유혹하는 거니?
- 어? 아니…… 그럴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야.
-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의 매력은
한층 더 깊어진다고 해야 하나……
- 괜찮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오늘 밤,
우리 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좀 할까?
- 아 그게, 아니, 오늘 밤엔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었던 것 같아. 미안, 다음에 하자.
- 어머, 그래? 그럼 이 이야기는
나중에 날 잡고 천천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 ……도망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 아하하…… 농담, 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