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하르트!
일어나, 잠이나 잘 때가 아니야!
- 하암…… 카스파르, 뭐야?
아직 대낮인데……?
- 아니, 벌써 대낮이겠지……
-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의 조화가
날 잡고 놔주질 않아. ……잘 자.
- 내가 떨쳐 줄 테니 일어나!
엄청난 걸 찾았다고!
- 너 말이야…… 항상 그렇게 말하는데
제대로 된 거였던 적이 없었잖아.
- 말이 좀 심하네.
하지만 이번 건 지금까지 중에 제일 굉장해!
- 정말이려나……
나 참…… 그래서, 뭘 찾았는데?
- 이것 좀 봐!
누가 엄청 큰 곰을 잡아 놨어!
- ……아니,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데.
피가……
- 처리도 제대로 해 놓은 것 같고,
정말 괜찮다니까!
- 처리를 했어도 상처는 남아 있고,
피도 전부 다 빠진 건 아닐걸.
- 그보다 이 무시무시한 얼굴 좀 봐!
나도 언젠가 곰을 잡아서……!
- 하아…… 그럼 사냥 모임을 결성하거나
덫을 써서 사냥하면 되잖아.
- 난 사냥이 하고 싶은 게 아냐.
때려잡고 싶다고! 이 주먹으로!
- 그러고 싶은 네 마음은 알겠는데, 그게
가능한 건 포드라를 통틀어서……
- 우리 아버지 정도밖에 없다고 할 거지?
젠장~ 질 수 없어!
- 그래 봐야, 베르그리즈 백작이 맨손으로
곰을 잡은 건 사관학교 시절이잖아.
- 넌 이미 진작에
그 나이가 지났는데……
- 아니, 아직 안 늦었어! 나도 곰을 잡아서
아버지처럼 갑옷을 만들어 달라고 할 거야.
- ……어렸을 때도 넌 똑같은 말을 하면서
날 억지로 끌어들였었지.
- 곰을 찾는 네 손에 이끌려 산에 들어갔다가
옷이고 머리고 몇 번이나 엉망이 되질 않나……
- 네가 다칠 때마다 처치를 해 주다 보니
치료 마법이 특기가 되질 않나……
- 오, 그건 잘된 거잖아!
나도 덕분에 살았고!
- 뭐, 그게 잘된 일인지는 제쳐 두더라도,
지금 우리에게 그럴 여유는 없잖아?
-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 여유가 없다니, 무슨 뜻이야?
- 지금 쓰러뜨려야 할 건
곰이 아니라 적이잖아.
- 네 그 꿈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
- 평화롭게, 마음껏 낮잠 잘 수 있는
세상이 오거든 그때 이루면 된다고 봐.
- 그건, 확실히 그런 것 같긴 한데.
- 그런 날이 오면 나도 같이 가 줄게.
그러니까 지금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
- 알았어.
그럼 곰과의 싸움은 미뤄 두도록 하지!
- 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강해진 나라면
곰 따윈 한주먹감일 테니까!
- 아니, 그건 아니……
뭐,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겠네.
- 그럼 둘 다 살아남자.
우리의 여유로운 삶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