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훌쩍…… 흑…… 훌쩍……
- 베르나데타, 여기서 뭐……
- 아, 내가 방해했나 보네.
그럼……
- 린하르트씨이이이!
제 말 좀 들어 보세요오오!
- 이런……
- 여기서 전에 밀회하던 두 분 기억하세요?
남자분이 죽고 말았대요!!
- ……뭐, 그런 일도 있겠지.
비극의 사랑 이야기가 하나 늘었구나.
- 둘이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는데……!
이런 결말은 너무 잔혹해요오오!
- 그렇기는 한데……
우리 나라가 전쟁을 선택한 결과잖아.
- 지금이야 우린 그걸 멈추려는 입장이지만,
전쟁 중이라는 건 변함없으니까.
- 그래도, 그래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으면
목숨의 위기마저 뛰어넘을 수 있다고……
-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네, 너도 참.
뭐, 그야 전장의 괴력이라고 해야 하나……
- 비상시엔 몸이 지닌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고는 생각해.
- 하지만 그건 아주 조금 도움이 될 뿐이야.
죽을 사람을 살리는 정도는 아니지.
- 그런 건 베르도 알아요!
슬프지도 않나요, 린하르트씨는?
- 음……
굳이 따지자면 슬프기는 해.
- 구, 굳이 따지자면……!?
그 정도로밖에 생각 안 하신다고요?
-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잖아. 적의 병사도
많이 죽었는데 왜 아군만 슬퍼해야 해?
- 네? 그, 그건……?
아군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 물론 네가 죽으면 슬플 거야.
그러니까 죽지 않았으면 해.
- 내가 가장 죽지 않기를 바란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는 없기도 하고……
- 저, 저도 린하르트씨가
죽지 않기를 바라요!
- 죽으면 지금보다 더 울 거라구요!
상상하니까 눈물이이이이이……
- 난처하네…… 상상한 걸로 울지 마.
아직 안 죽었는데.
- 그, 그렇죠!
……죄, 죄송해요, 린하르트씨!
- 아니, 괜찮아. ……그러니, 하다못해
우리는 같이 살아남자.
- 이 전쟁에서 둘 다 살아남는다면,
네 말이 맞았다고 내가 사과할게.
- 사과라니, 뭘 말인가요?
-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도 목숨의
위기는 뛰어넘을 수 없다고 부정한 것 말이야.
- 그렇지 않다는 반례가 생기는 거니까.
- 아, 그 얘길 하신 거군요!
- 그야 베르와 린하르트씨라면,
마음의 힘으로…… 어라……? 응?
- 이제 진짜로 말하는 게 지친다……
잘 자……
- 또!? 갑자기 주무시면 안 된다니까요!
놓고 가 버릴 거예요!
- 흐암…… 잘 잤다……
응? 저건……?
- 말도 안 돼……! 믿어지지가 않아!
진짜지……? 기도가 통했나 봐……!
- 죽을 뻔했을 때, 네 얼굴이 떠올랐어!
그러고는 기적이 일어나서……
- 전사했다는 건 오보였나 보네?
베르나데타에게 알려 줄까.
- ……하지만 베르나데타라면……
귀신인 줄 알고 뒤집어질 수도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