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클로드,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요.
  2. 그래. 괜찮은데, 짧게 부탁할게. 이래 보여도 바쁜 몸이거든.
  3. 윽…… 항상 그렇게 답하는 저를 비꼬는 건가요.
  4. 화내지 마, 농담이야. 아무리 긴 이야기라도 들어 줄게.
  5. 짧게 말할 거니까 괜찮아요. 아버지의 전언을 전달하러 온 거거든요.
  6. 코델리아 백작이? 알았어, 귀담아듣지.
  7. 제국의 침공에 이어 도적이 폭동을 일으켰으니, 왕한테 불평 한마디쯤은 하고 싶으시겠지.
  8. 내가 "어둠에서 꿈틀대는 자"의 움직임을 좀 더 경계했더라면, 그런 일은……
  9. 잠깐만요.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딱히 불평을 전하려는 건 아니거든요.
  10. 왕국과의 전쟁을 멈추고, 폭동 진압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와 줘서 감사하고 있다……
  11. 앞으로도 폐하의 정책에 협력을 아끼지 않을 테니 뭐든 명령해 달라, 라고 하셨어요.
  12. ……감사하군. 네 아버지의 넓은 도량엔 늘 고마운 마음뿐이야.
  13. 저기, 전하라고 해서 전하긴 했는데, 너무 아버지께 부담을 주진 마세요.
  14. 오랜 마음고생 때문에, 근래에는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셨거든요.
  15. 그렇다고 하더군. 무리한 대응을 억지로 시키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16.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대신해 제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더 일하겠습니다.
  17. 아니 잠깐, 넌 지금도 너무 열심히 일하거든. 이 이상 더 애쓰지 않아도 된다니까.
  18. 그럴 수는 없어요. 레스터의 다른 제후에게 뒤처지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19. 무엇보다, 이 전쟁을 빨리 끝내서 영내의 안정을 도모하지 않으면……
  20. 마음은 알겠는데, 네 몸도 실은 비명을 지르고 있지 않을까?
  21. 괜찮아요. 오래 살지 못한다고는 했지만, 오늘내일하다 죽지는 않을 테니까요.
  22. 평소에는 이렇게, 건강하고요.
  23. 건강해 보여도, 속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하가 항상 몸에 걸린다고 했었잖아?
  24. 이 이상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다간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고.
  25. 하지만……
  26. 들어 봐, 리시테아. 나는 이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낼 생각이야.
  27. 그러고 나선, "어둠에서 꿈틀대는 자"의 일도 깨끗이 처리할 작정이고.
  28. 즉, 나를 따라오기만 해 줘도 그게 너에겐 최선의 길이 될 거야.
  29. ………………
  30. 이건 왕으로서의 명령이야. 이제 명을 재촉하는 듯한 싸움은 하지 말아 줘.
  31. 그래서, 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나에게 힘을 보태 줘. 알겠지?
  32. ……왕의 명령, 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네요. 알겠어요.
  33.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저, 이래 보여도 바쁘거든요.
  34. 정말로 알긴 하는 건가? ……아무튼 그럼 나도 빨리 이 전쟁을 끝내러 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