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드,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요.
- 그래. 괜찮은데, 짧게 부탁할게.
이래 보여도 바쁜 몸이거든.
- 윽…… 항상 그렇게 답하는 저를
비꼬는 건가요.
- 화내지 마, 농담이야.
아무리 긴 이야기라도 들어 줄게.
- 짧게 말할 거니까 괜찮아요.
아버지의 전언을 전달하러 온 거거든요.
- 코델리아 백작이?
알았어, 귀담아듣지.
- 제국의 침공에 이어 도적이 폭동을 일으켰으니,
왕한테 불평 한마디쯤은 하고 싶으시겠지.
- 내가 "어둠에서 꿈틀대는 자"의 움직임을
좀 더 경계했더라면, 그런 일은……
- 잠깐만요.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딱히 불평을 전하려는 건 아니거든요.
- 왕국과의 전쟁을 멈추고, 폭동 진압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와 줘서 감사하고 있다……
- 앞으로도 폐하의 정책에 협력을 아끼지
않을 테니 뭐든 명령해 달라, 라고 하셨어요.
- ……감사하군. 네 아버지의
넓은 도량엔 늘 고마운 마음뿐이야.
- 저기, 전하라고 해서 전하긴 했는데,
너무 아버지께 부담을 주진 마세요.
- 오랜 마음고생 때문에, 근래에는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셨거든요.
- 그렇다고 하더군. 무리한 대응을 억지로
시키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대신해
제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더 일하겠습니다.
- 아니 잠깐, 넌 지금도 너무 열심히 일하거든.
이 이상 더 애쓰지 않아도 된다니까.
- 그럴 수는 없어요. 레스터의 다른 제후에게
뒤처지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 무엇보다, 이 전쟁을 빨리 끝내서
영내의 안정을 도모하지 않으면……
- 마음은 알겠는데, 네 몸도
실은 비명을 지르고 있지 않을까?
- 괜찮아요. 오래 살지 못한다고는 했지만,
오늘내일하다 죽지는 않을 테니까요.
- 평소에는 이렇게, 건강하고요.
- 건강해 보여도, 속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하가 항상 몸에 걸린다고 했었잖아?
- 이 이상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다간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고.
- 하지만……
- 들어 봐, 리시테아. 나는 이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낼 생각이야.
- 그러고 나선, "어둠에서 꿈틀대는 자"의 일도
깨끗이 처리할 작정이고.
- 즉, 나를 따라오기만 해 줘도
그게 너에겐 최선의 길이 될 거야.
- ………………
- 이건 왕으로서의 명령이야. 이제 명을
재촉하는 듯한 싸움은 하지 말아 줘.
- 그래서, 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나에게 힘을 보태 줘. 알겠지?
- ……왕의 명령, 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네요. 알겠어요.
-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저, 이래 보여도 바쁘거든요.
- 정말로 알긴 하는 건가? ……아무튼 그럼 나도
빨리 이 전쟁을 끝내러 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