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음……
- 왜 그래, 레오니?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사냥이라도 실패했어?
- 어, 클로드구나.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런 걸 실패할 리가 없잖아.
- 그게 아니라, 지금 동맹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어.
- 네가? 그거 흥미로운데.
- 리건령과 글로스터령이 몇 번인가
전장이 되었잖아?
-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 올해 수확 상황이 심각한 모양이더라고.
- 엉망으로 짓밟힌 논밭 얘기도 있었고,
농사일에 지장이 생긴 마을 얘기도 있었어.
- 개중에는 맹주에 대해 불만을 줄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었고.
- 개중에는 레스터의 왕에 대해 불만을 줄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었고.
- 그렇겠지……
제국과 싸우겠다고 결정한 건 나니까.
- 앞으로는 레스터가 전장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싶지만…… 모든 것에 절대란 없으니.
- ……그러고 보니, 네 고향인 사윈 마을은
어땠어? 그 주변은 무사한 걸로 아는데.
- 응, 다행히 무사하더라.
- 다행이야. 혹시나 피해가 있었다면,
너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텐데.
- ……저기, 클로드.
- 나는 솔직히, 전쟁의 목적이나 나라 간의
관계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거든.
- 하지만, 네가 바라보는 그 미래라면
좋지 않을까 하는……
- 그런 느낌이 들기는 해.
배움이 부족한 나의 감일 뿐이지만.
- 그거참 고마운 말이군……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하는 것도 이해는 가.
- 평민들에게는 지금의 생활이, 내일의 수확이
전부니까. 그 점은 알고 있어.
- 그런 이들을 내가 그리는 미래에 끌어들여서,
싸우는 걸 강요하고 있는 거고.
- 하지만, 그건……
- 그래, 그건 싸우지 않으면 훨씬
희생자가 많아지기 때문이야.
- 하지만, 싸워도 희생자는 나와.
가장 많이 죽는 이들은, 평민이고……
- ………………
- 레오니, 앞으로도
네 힘을 빌려주지 않겠어?
- 용병으로서의 실력만이 아냐.
너의 시선이, 필요해.
- 내 시선?
- 농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게 불만이
있다는 하소연까지 이끌어 낼 수 있잖아?
- 그런 일은 나로서는 할 수 없어.
입장상 허락되지도 않고.
- 뭐, 그건 그렇겠네.
- 그러니까, 내 시야에서 벗어나 있거나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
- 그런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들을,
나에게 알려 줬으면 해.
-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니까. 레스터를 다스리는 자로서 말야.
- 알았어.
기꺼이 그렇게 할게.
- 정말 귀족답지 않은 녀석이구나, 너는.
그런 네가 맹주니까……
- 정말 귀족답지 않은 녀석이구나, 너는.
그런 네가 왕이니까……
- 분명 레스터는 좋아질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