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 참, 묘한 꼴이 되었군.
삼국의 지도자가 함께 이런 곳에 있다니……
- 그러게, 지금쯤 휴베르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걱정이다.
- 내 쪽은…… 아마도 괜찮겠지.
사라지는 거 정도야 다반사니까.
- 정말이지, 신용이 없는 맹주님이군.
- 나 원, 국왕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신용이 없어서야.
- 그런가?
오히려 신용이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 게다가, 대신할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거야.
- 뭐, 그렇지. 지금 제국에는 널 대신할
사람이 없을 테니까, 에델가르트.
- 여전히 입만 살아서……
……입 말고 몸을 움직이도록 하자.
- 난 양쪽 다 움직여야겠다.
- 저기, 만약 우리 넷이 다 같이
이곳을 탈출하게 되면……
- 넌 디미트리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합세해서 쓰러뜨릴 거야?
- 꼭 그런 식으로 나쁘게 말해야겠어?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 글쎄…… 나로서는 왕국이 살아남는 편이
더 좋기는 해.
- 이 포드라가 제국과 동맹으로 양분된다면
기세에 눌리게 될 게 뻔하잖아?
- 이 포드라가 제국과 연방국으로 양분된다면
기세에 눌리게 될 게 뻔하잖아?
- 우리의 목적은 중앙 교회…… 레아씨지
포드라의 통일이 아니거든.
- 너도 참 대놓고 말하는구나.
그러는 편이 얘기가 빠르긴 하지만.
- 난 왕국이 없어지는 편이 더 좋거든.
- 퍼거스 지방과 중앙 교회의 관계성은
다른 곳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밀접하니까.
- 아무리 대사교 일행을 붙잡고
교회의 상층부를 해체시킨다고 해도……
- 그 조직은 뿌리를 내린 채 남아서……
- 잠깐만. 붙잡기만 하면 되는 거야?
넌 레아씨를 쓰러뜨리고 싶지는 않아?
- 그럼 넌 쓰러뜨리고 싶어? 모든 권력과
무력을 잃게 하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은데?
- ……아니, 내가 착각했나 보네.
넌 좀 더 강경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 나야말로 의외인걸.
너는 좀 더 융화를 원하는 줄 알았어.
- 이봐, 내가 이보다 더 얌전한 사람이었으면
레스터는 이미 제국의 일부가 됐을걸.
- 너에게는 알려 주지 않을 거지만……
- 나에겐 야망이 있거든.
그걸 이루기 위해 싸우는 거고.
- 거기까지 말해 놓고 안 알려 주는 건 뭐야?
그릇이 작다고 여겨질 텐데.
- 내 야망은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어.
이 포드라의 부조리를 다 파괴할 거야.
- '이 포드라의'……라.
- ……왜?
- 아니 아니, 나쁘지 않은 야망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우리가 손을 잡은 거고.
- 네가 가는 길의 끝에 내 야망을 이루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면 참 좋겠다만은.
- ……그러게.
그렇게 믿고 싶다.
- 적어도 지금은, 공통의 목표를 위해
함께 싸우고 있으니까.
- 우리의 맹약이 영원하기를 기원해 보자.
- 그래, 기원해야지.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여길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