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 좋은 기회잖아, 디미트리. 이 자리에서 터놓고 얘기해 보자고.
  2. 클로드, 슬슬 들려주지 않겠어? 싸움 끝에 네가 바라는 게 뭔지.
  3. 나쁜 속셈은 없어……라고 해 봐야 넌 납득하지 않을 테고, 어쩔 수 없군.
  4. 분명히 말하지. 내 바람은 중앙 교회를, 대사교를 없애고……
  5. 지금의 굳어 버린 포드라의 질서를 쳐부수는 거야.
  6. ……쳐부순다고?
  7. 그래. 문장과 맞바꿔 너희에게 책무를 부과하고, 자유로운 삶을 빼앗은 게 누구지?
  8. 너나 네 친구가, 바라지도 않은 지위를, 혼인을 강요당하는 건 누구 탓이고?
  9. 게다가 교단은…… 포드라 외부 국가와의 공적인 외교마저 금지하고 있어.
  10. 스렝이나 알비네와 가까운 퍼거스에도 참 답답한 소리지 않아?
  11. 요컨대, 너희는 교단을 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12. 요컨대, 너희는 교단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지……
  13. 퍼거스라는 나라 자체에 적의를 품고 있는 건 아니다, 이 말이군.
  14. 그래, 맞아. 우리에겐 너희와 싸워서 이득 볼 게 하나도 없다고.
  15. 게다가, 적도 교단 그 자체라기보다 의사를 결정하는 이들…… 교회 상층부뿐이야.
  16. ……클로드. 네 생각은 이해가 가. 개인으로서는 찬성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어.
  17. 개인으로서는? 국왕으로서는 반대인가?
  18. 이유는 세 가지야. 우선, 퍼거스에게 있어서 교단의 배제란 곧 왕권을 부정한다는 뜻이지.
  19. 왕의 부재는 사람들의 혼란과 전쟁을 불러와. 그렇게 되면, 너희가 책임져 줄 건가?
  20. 둘째. 함부로 교단을 저버리면, 교단이나 교단과 가까운 이들과의 갈등만 생길 뿐이야.
  21. 그리고 셋째, 고통이 따르는 개혁은 백성도, 너 자신도 위험에 빠뜨릴 거다.
  22. 처음 두 가지는 그렇다 쳐도, 마지막 하나는 수긍이 안 가는군.
  23. 걱정은 고맙다만…… 위험은 이미 각오했어. 그래도 난 도전하는 길을 택할 거야.
  24. 모르겠어? 네가 내버리려는 자들도, 너와 같은 인간이야.
  25. 아무리 뛰어난 술책을 짜내고, 아무리 위험하지 않도록 일을 진행한다 한들……
  26. 거기에 불이익을 당하는 자가 있는 한, 싹을 자른다 해도 반드시 응보를 받게 돼.
  27. 나는…… 사람을 내버리는 죄악감도, 그 응보도, 지긋지긋할 만큼 맛봐 왔어.
  28. 누구나 응보는 받는 법이야. 그걸 두려워해서는 포드라가 나아갈 수 없어.
  29. 낡은 채로 뒤처진 포드라를 기다리는 건…… 멸망뿐이라고.
  30. 나아가기에 앞서 기반을 굳혀 두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와해되고 말아. 그리고……
  31. 버려져서 고통스러워하는 자가 있다면 난 그들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2. ……그러냐, 모든 것을 구하고자 하는 네 이상은, 내겐 지나치게 눈부시군.
  33. 내 입장에서는, 아무런 속박도 받지 않는 네 모습이 부러워, 클로드.
  34. 내가 바라는 세상에서는, 너도 지위에 속박받지 않고 너답게……
  35. 아니, 디미트리. 모두를 구하려 하는 네 심성은, 솔직히 마음에 들어.
  36. 네가 왕이 아니었다면, 우린 분명 "친구"가 될 수 있을 텐데.
  37. "친구"라.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38. 너와 함께였다면 내게도, 또 다른 포드라의 모습이…… 보였을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