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라? 왠지 인기척이……
- 음? 베르나데타로군.
- 아, 아, 아……
- 유령도 아니고, 뭐라 할 생각도 없어.
배가 고파서 먹을 걸 가지러 왔을 뿐이야.
- 오늘은 바빠서,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저녁을 못 먹었거든.
- ……아하, 그렇군요.
그, 그럼 베르랑 똑같네요.
-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 힘들지 않아?
나도 늘 시간을 잊어버리게 되더군.
- 아, 네,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베르가 틀어박혀 있었다는 걸 아셨어요?
- 설마 디미트리씨가 바빴다는 게
베르를, 베르를 감시하느라아아!?
- 아니야. 그런 짓을 할 시간이 있었다면
책상의 서류를 하나라도 더 처리했겠지.
- 그렇군요……
힘들겠네요.
- 자, 잠깐만요. 생야채랑
말린 고기를 가져가서 어쩌시게요?
- 어쩌냐니, 천막에서 대충
저녁 대신 먹을 생각인데……
- 흐음……? ……아, 아니, 그,
딱히 불만이 있거나 한 건 아닌데요.
- ……좋아. 모처럼이니, 베르나데타.
잠시 같이 요리라도 할까?
- 같이 요리를……요?
- 그래. 넌 요리를 잘했었지?
이 기회에 배움을 청하고 싶은데.
- 어,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베르의 솜씨를 보여 드리죠!
- 이 치즈와 이 향신료를 좋아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앗!? 자루가!
- 좋아, 이제 완성이군.
……왜 그래, 베르나데타. 움츠러들어서는.
- 으으…… 베르에겐 무리였어요……
모르는 사람과 둘이 요리를 한다는 게……
- 이제 와서 모르는 사람이라니, 씁쓸한데……
겉보기엔 평범해. 그리 비관할 것 없어.
- 그렇지 않아요! 향신료 자루가
찢어지는 바람에, 끔찍한 꼴이……
- 게다가 당황해서 치즈도 덩어리째 떨어뜨려서,
맛도 냄새도 지독해졌어요오오……
- ………………
- 아아앗…… 무리하지 마세요!
탈 나겠어요!
- 딱히 무리하는 건 아닌데…… 모처럼
너와 같이 만든 거잖아. 버리고 싶진 않아.
- 마, 맛이 괜찮은가요?
그럼 저도……
- ……윽, 콜록! 맛없어요!!
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드시는 거죠!?
- 앗, 설마 드시고 나서……
- 「이런 맛없는 걸 먹이다니, 용서 못 한다!
처형이다!」라고 할 심산이시군요!
- 아니, 넌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리 쉽게 처형 같은 건……
-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오오오!
용서해 주세요오오오오!
- 하아…… 또 달아나 버렸군.
……치즈와 향신료를 너무 많이 넣었댔나.
- ………………
- ……뭔가 야식이라도 가져다줄까.
결국 한 입밖에 안 먹은 모양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