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라? 왠지 인기척이……
  2. 음? 베르나데타로군.
  3. 아, 아, 아……
  4. 유령도 아니고, 뭐라 할 생각도 없어. 배가 고파서 먹을 걸 가지러 왔을 뿐이야.
  5. 오늘은 바빠서,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저녁을 못 먹었거든.
  6. ……아하, 그렇군요. 그, 그럼 베르랑 똑같네요.
  7.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 힘들지 않아? 나도 늘 시간을 잊어버리게 되더군.
  8. 아, 네,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베르가 틀어박혀 있었다는 걸 아셨어요?
  9. 설마 디미트리씨가 바빴다는 게 베르를, 베르를 감시하느라아아!?
  10. 아니야. 그런 짓을 할 시간이 있었다면 책상의 서류를 하나라도 더 처리했겠지.
  11. 그렇군요…… 힘들겠네요.
  12. 자, 잠깐만요. 생야채랑 말린 고기를 가져가서 어쩌시게요?
  13. 어쩌냐니, 천막에서 대충 저녁 대신 먹을 생각인데……
  14. 흐음……? ……아, 아니, 그, 딱히 불만이 있거나 한 건 아닌데요.
  15. ……좋아. 모처럼이니, 베르나데타. 잠시 같이 요리라도 할까?
  16. 같이 요리를……요?
  17. 그래. 넌 요리를 잘했었지? 이 기회에 배움을 청하고 싶은데.
  18. 어,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베르의 솜씨를 보여 드리죠!
  19. 이 치즈와 이 향신료를 좋아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앗!? 자루가!
  20. 좋아, 이제 완성이군. ……왜 그래, 베르나데타. 움츠러들어서는.
  21. 으으…… 베르에겐 무리였어요…… 모르는 사람과 둘이 요리를 한다는 게……
  22. 이제 와서 모르는 사람이라니, 씁쓸한데…… 겉보기엔 평범해. 그리 비관할 것 없어.
  23. 그렇지 않아요! 향신료 자루가 찢어지는 바람에, 끔찍한 꼴이……
  24. 게다가 당황해서 치즈도 덩어리째 떨어뜨려서, 맛도 냄새도 지독해졌어요오오……
  25. ………………
  26. 아아앗…… 무리하지 마세요! 탈 나겠어요!
  27. 딱히 무리하는 건 아닌데…… 모처럼 너와 같이 만든 거잖아. 버리고 싶진 않아.
  28. 마, 맛이 괜찮은가요? 그럼 저도……
  29. ……윽, 콜록! 맛없어요!! 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드시는 거죠!?
  30. 앗, 설마 드시고 나서……
  31. 「이런 맛없는 걸 먹이다니, 용서 못 한다! 처형이다!」라고 할 심산이시군요!
  32. 아니, 넌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리 쉽게 처형 같은 건……
  33.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오오오! 용서해 주세요오오오오!
  34. 하아…… 또 달아나 버렸군. ……치즈와 향신료를 너무 많이 넣었댔나.
  35. ………………
  36. ……뭔가 야식이라도 가져다줄까. 결국 한 입밖에 안 먹은 모양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