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이그나츠.
역시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어.
- ……시, 실뱅군.
죄송해요, 저한테 볼일이 있으셨나요?
- 응, 조금…… 아, 혹시 그림 그리고 있었어?
내가 방해했나 보네.
- 아, 아뇨. 괜찮아요.
무슨 일이시죠……?
- 잠깐 이 그림 좀 봐 줄래?
우리 집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건데……
- 이 그림…… 퍼거스의 그림이라기엔
드문 화풍이네요. 제국 쪽 작가의 작품인가?
- 확실히 기법이나 화풍이 퍼거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이지.
- 아버지의 전 부인이 제국 귀족의 딸이셨으니
그분이 갖고 오신 걸지도 모르겠다.
- 그랬군요. 처음 들었어요.
……그나저나 무척 아름다운 그림이네요.
- 하하, 이그나츠도 그렇게 생각해?
진짜 아름답지, 이 그림 속 여자!
- 전 그 사람 이야기를 한 게……
아니, 확실히 아름다운 사람이긴 하지만……
- 어딘지 모르게 레아님 같은……
무척 상냥한 얼굴의 여성이네요.
- ……하지만 이 사람이 어디 살던 누구인지,
실존하는 사람인지조차 알 수가 없어.
- 그렇군요. 제게 묻고 싶다는 게
혹시 이 여성의 정체……인가요?
- 맞아. 엄청 아름다운 그림이라서 그런지
예전에 본 순간부터 마음 한쪽에 걸리더라고.
- 네가 그림을 잘 안다고 들어서
기회가 되면 물어봐야겠다 싶었지.
- 너,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저도 모르는 건 있으니까요.
- ……그래도 여성의 정체는 궁금하기도 하니
제 나름대로 조금 조사해 볼게요.
- 정말? 고맙다, 이그나츠.
나 혼자서는 방법이 없었거든!
- 교회 관계자면 또 모를까, 왕국 귀족들은
왜…… 좋게 말해서 그, 무예 일변도잖아?
- 나라의 성향이 그러니까, 미술 관련 서적을
구하는 것부터가 고생이더라고.
- 아하하…… 종교 미술은 발달했지만
세속적인 미술은 그렇다고 보기 힘들죠.
- 하지만 이 그림은, 그야말로 세이로스교에
관계된 그림 아닐까요?
- 어, 그래? 그렇다기에는
그런 요소는 안 보이는 것 같은데……
- 당신도 아시겠지만, 경전이나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을 그릴 땐……
- 그 인물을 나타내는 물건이나, 관계된 물건을
같은 그림 안에 그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 성 세이로스의 검이나, 성 세스린의 물고기
같은 거 말이지? 딱히 안 보이는데……
- 그렇죠…… 하지만 이 새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강조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 확실히 듣고 보니…… 하지만 이런 새가
상징하는 사람이 있었나? 성 마쿠일?
- 그런데 성 마쿠일은 남자였다는 듯하니,
뭔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저…… 실뱅군, 잘 아시네요.
죄송해요. 좀 의외라서요.
- 솔직히 말해서, 저하고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이그나츠, 날 뭘로 보는 거야?
난 퍼거스에서 예술을 가장 잘 아는 남자라고.
- 뭐, 공부하려고 마음먹은 계기는
여자애랑 대화할 소재로 써먹고 싶어서지만!
- 아, 아하하…… 죄송해요……
역시 다른 세상 사람이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