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마침 잘 왔다.
- 발타자르군인가.
내게 무슨 용무지?
- 조금 은밀하게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장소를 옮기자.
- 은밀하게……?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 일부러 장소를 옮겨서까지 할 말이 뭐지?
나로서는 짐작이 가질 않는다만……
- 클로드를 조사하라는 의뢰 말이야.
그 뒤로 어떻게 됐나 싶어서.
- 클로드를 조사해……?
설마 그건, 아버지의 의뢰인가.
- 그래.
그렇다는 건, 너는 모르는 이야기야?
- 처음 들었다. 확실히 나도 아버지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 너에게도 의뢰하셨을 줄이야.
아버지와 어떻게 아는 사이지?
- 내가 다양한 곳에서
돈을 빌리는 건 알고 있지?
- 네 아버지도
그중 한 명이거든.
- 돈이 없으면 일해서 갚으라는 얘기가 돼서,
내가 의뢰를 받게 된 거야.
- 마침 가르그 마크 지하에
숨어야겠다고 생각하던 때였기도 했고.
- 생각보다 평범한 이유라 안심이군.
그런가……
- 이봐, 생각보다 평범하다니
무슨 말이 그래?
- 그런데, 어째서 아버지가 너 같은 일개 용병에게
돈을 빌려주신 건지, 신경 쓰이는군.
- 내 지적은 무시하기냐, 나 참.
쏙 빼닮은 부자지간이란 너희 이야기로군.
- 뭐, 됐어. 네 의문에 답해 주마.
이래 보여도 나는 귀족 출신이거든.
- 뭣…… 네가 귀족이라고!?
농담도 적당히 하도록.
- 발타자르 폰 아달브레히트.
그게 내 이름이다.
- 오히려 네가 몰랐던 게 의외인데.
클로드와 힐다도 아는 이야기다만.
- 그랬었군……
혹시 너와 홀스트 경의 인연도……?
- 그래, 소꿉친구란 거지. 나도 적자라
얼굴을 볼 기회가 많았거든.
- 적자!? 아니, 이것 참,
내 무지함을 사과해야겠어.
- 너처럼 고귀함과 우아함이라곤 조금도 없는
거친 남자가, 귀족의 적자였을 줄이야……
- 이봐…… 전 당주이기도 하다고.
작위를 계승한 뒤에 집을 나왔으니까.
-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지만, 받아들이지.
아버지와의 관계도 이해가 가.
- 당사자 앞에서 아주 제멋대로 말하는군.
뭐 부정은 안 하겠다만.
- 그런데, 머지않아 작위를 이을 거잖아?
너무 솔직한 것도 좋지만은 않을걸.
- 그런데 너, 작위도 이어받았잖아?
너무 솔직한 것도 좋지만은 않을걸.
- 윽……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어.
충고에 감사하지, 발타자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