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하, 페르디아 동부 교외에
연방국군이 나타났습니다.
- 그래…… 예상외로 빨리 도착했군. 왕국의
눈은 우리 편을 들어 주지 않은 모양이야.
- 틀림없이 제국군의 움직임에 맞춰
쳐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 서부의 상황으로 봐선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 연방국군만으로 왕도를 함락시키려는 거겠죠.
우리를 우습게 보고.
- 하지만 실제로 왕가의 병력 대다수가
서부 전선과 북부 치안 유지로 나뉘어 있어.
- 애초에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클로드의 책략이었겠지.
- 그렇다 해도, 그들의 병력으로
왕령 전체를 제압할 수는 없을 겁니다.
- 혹여 우리를 이긴다 한들,
아주 잠시 왕도를 점거하는 정도겠지요.
- 예, 각지의 성주와 합류해서 공격하면
어렵지 않게 왕도를 탈환할 수 있을 겁니다.
- 어차피 이 또한 모종의 책략이겠지.
왕도 함락 외에 진짜 목적이 있을 거야.
- ……예를 들면, 중앙 교회라든지.
- 그럴 수 있겠네요. 제국보다 먼저 교단을 쳐서
황제 폐하한테 은혜를 베풀어 두겠다는 건가……
-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교단을 포기하면
적과 싸우지 않고도 끝낼 수 있겠군요.
- 교단을 저버리면 국내는 다시 분열하고, 더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거란 얘긴 이미 했을 텐데.
- 네…… 그렇기에 저희도 전쟁에
찬동했습니다. 하지만……
-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은 알아. 이 전쟁으로
흘릴 피가 더 많다면 의미가 없다는 얘기겠지.
- 교단은…… 많은 이들을 구원해 주었어.
갈 곳 없는 자, 돌아갈 집이 없는 자……
- ……백성도 중앙 교회도, 그리고 미래의 백성도
동시에 구할 수 있다면 최상의 결말이 되겠지.
-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한다면, 내가 택할 답은 하나야.
- 나는…… 퍼거스의 왕이니까.
- ………………
- 폐하. 연방국군을 요격하려면,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합니다.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 ……우선 놈들의 진의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겠지.
- 출진한다. 지금은 클로드의
뻔한 수작에 어울려 줄 수밖에 없어.
- 실뱅. 조급한 마음에 뛰쳐나가면 안 된다.
……가려면 적을 베어 넘기고 돌아오도록.
- 하하하, 폐하는 늘 무리한 말씀을 하시네요.
걱정 마세요. 제가 의외로 또 침착하거든요.
- ……로드릭, 카믈로스에 전령을 보내
레아님 일행에게 피난 채비를 하라 전해 줘.
- 대사교 경호를 명목으로 왕도에 체재 중인
세이로스 기사단도 그쪽에 합류시킬 거야.
- 음……? 세이로스 기사단이 왕도 방어에
가세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 상관없어.
지금은 왕도에서 멀어지게 해야 하니까.
- 알겠습니다. 만일 그들과 관계를 끊게 되면
그때는……
-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마.
지금은 그저…… 이 왕도를 지켜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