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 페르디난트.
너도 궁성으로 돌아왔었구나.
- 그래.
너처럼 공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 그럼 왜 굳이 제도까지……
에기르 전 공작을 만나러 온 거야?
- 맞아.
지하 감옥에 계신 아버지를……
- 실은, 부끄럽게도 처음 지하에 가 봤어.
위험하니 다가가지 말라고 아버지가 그러셨거든.
- 생각보다 끔찍한 곳은 아니더군.
- 뭐라고 할까…… 이야기에서 나올 법한
무시무시한 감옥을 상상했는데.
- 어머, 그런 곳도 있기는 해.
나도 한 번밖에 내려가 본 적은 없지만.
- 에기르 전 공작이 있는 감옥보다 더 밑……
어둠 속에서, 쥐가 돌아다니고 있었어.
- 쥐가…… 그렇군.
아버지는 못 견딜 만한 곳이겠어.
- 아버지는 상당히 초췌해 보였다만,
그 정도면 괜찮은 대우라는 말이군.
- 응, 건강에는 신경 써 주고 있을 거야.
그 외에는 본인의 마음가짐 나름이지.
- 그래, 나도 지금 상황에 불만은 없어.
- 살아서 제대로 심판받고,
죄에 걸맞은 벌을 받길 바랄 뿐이야.
- 빨리 안 끝내면
휴베르트가 시끄럽게 굴걸?
- 알아. 하지만 아직 많은 죄에 관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못했어.
-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 그 정도의 대귀족이면
매수나 증거 조작도 간단하니까.
- 남아 있는 기록이 믿을 만한 게
못 된다는 건 알고 있잖아?
- 그래, 물론이야.
………………
- 실은…… 아버지가 부정을 저지른 증거를
찾았었어.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 조세에 관한 기록이었지. 그걸 발견한 난
언젠가 아버지를 단죄할 생각이었어.
- ……놀라운걸. 네 손으로 직접?
- 그래. 사관학교에서 배우면서, 빈틈없이
준비하고자 했는데……
- 그보다 훨씬 전에 네게 선수를 빼앗겨
버렸어. 참 우스운 일이지?
- 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경애해 왔어.
그 마음을 억누르고 단죄하겠노라 다짐했고.
- ……갈 곳을 잃은 두 개의 마음을,
나는 아직도 그대로 품고 있는 거지.
- ……그렇구나.
그래서, 넌 그대로 멈춰 서 버린 거야?
- 넌 제국의 재상이 되어서, 내게 간언하며,
나를 능가하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 그건……!
- 넌 지금도 아버지와 대화할 수 있고,
또 아버지를 단죄할 수도 있어.
- 그 마음이 향할 곳은 아직 존재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